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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3. 15:25 여러가지

훈훈한 정을 사고파는 오일장으로 가을 마중을 나서다

 

구수한 인심과 소박한 고향의 맛이 가득한 구례장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고 있는 구례로 가는 여행길이 더욱 설레는 것은 바로 200년 여사를 자랑하는 오일장 떄문이다. 매월 3과 8로 끝나는 날에 서는 구례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여명에 물들 무렵 하동, 순천, 곡성의 장꾼들이 어둠을 헤치고 삼삼오오 모여 들면서 시작된다.

장터는 예전에 성했던 조선 시대 한양의 장 모습을 재현한 듯 나무와 함석으로 만든 번듯한 장옥 100여 동이 오밀조밀 처마를 맞대고 있고, 그 사이로 가게와 정자 앞에 좌판을 펼친 시골 아낙들이 조화를 이루며 옛 전통 시장의 정취를 더한다. 장터 초입에 들어서니 서골 할머니들이 정성스러운 손길로 다듬은 산나물 향기와 손님을 끄는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따메, 참나물 한 번 무쳐 묵어봐, 겁나게 맛있어~."

덤으로 나물 한 줌 얹어주며 미소 짓는 할머니의 미소가 가을 햇살만큼이나 따사롭다. 구례장은 구역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남도에서 갓 건진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로 가득한 어물전, 고무 장갑이나 싸리 빗자루 등 '없는 것은 없고 있는 것은 다 있는' 잡화전, 전라도에서 가장 청정한 곳, 구례에서 수확한 쌀과 잡곡을 파는 싸전, 그리고 채소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례 오일장을 빛내는 것은 특산물일 터. 구례 특산품인 산수유를 비롯해 당귀·생지황·백지·백봉령·겨울살이 등 한약재가 많이 거래되는 약재 시장으로 유명하다.

구례장에는 세월이 한참 흘러도 더 또렷해지는 옛 그리움이 배어 있다. 특ㅎ 대장간 풍경이 볼거리다. 호미, 괭이, 쇠스랑, 낫 등 도시에선 보기 힘든 농기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안쪽에는 반평생 넘게 대장간을 지키며 풀무질해온 대장장이가 시뻘건 불에 낫과 호미를 달구고 두들겨대느라 열기가 후끈하다. 폭음 소리와 구수한 튀밥 냄새로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장터 사람을 불러 모으는 뻥 튀기도 빠질 수 없는 장터의 감초다.

장터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한 법. TV예능 프로그램<1박2일>의 '전국 오일장 특집' 편에 출연한 가수 이승기가 먹어서 유명해진 자장면집과 팥죽과 우뭇가사리, 콩국물로도 문정성시를 이루는 팥죽집은 구례장의 자랑거리다. 또 돼지 내장과 부추가 어우러진 돼지국밥집과 수구레국밥집도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소중히 일궈온 것을 내다 팔아도 마음이 풍성해지고, 장 한 번 보고 나면 옹색한 살림도 세상 부러울 것 없게 해주는, 푸짐한 인심과 구수한 사투리의 살가운 입담이 넘치는 구례장은 그렇게 넉넉하고 푸근한 곳이었다.

 

섬진강 길 따라 고즈넉한 가을을 노닐다

시골 장터의 인심과 정을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았다면, 가을빛이 내려앉은 구례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우해보자. 구례는 서정적 분위기의 섬진강과 서사적 기가 서려 있는 지리산이 한곳에서 만나는 곳이다. 구례에서도 섬진강을 품고 있는 유곡마을은 섬진강을 제 집 마당처럼 거느린 하유와 감나무, 배나무, 밤나무 등 과수나무로 뒤덮인 중유, 산간 오지 마을의 느낌이 남아 있는 상유로 나뉘어 서로 다른 표정을 지으며 옹기종기 자리하고 잇다. 그 옛날 농촌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해 아련한 기억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어릴 적 고향을 더듬으며 잔잔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휴식처로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시골 촌집이 그대로 보존된 마당 너른 집에서 가마솥과 장작불에 지어 먹는 대통밥, 섬진강 강태공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본래 구례는 산수유가 유명한데, 봄이면 마을이 환해질 정도로 샛노란 꽃이 만발하던 산수유나무가 가을이면 산수유 열매의 붉은 물결로 절경을 이룬다. 백합과 자줏빛 비비추, 동자꽃과 지리터리풀…. 가을의 노고단 정상은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야생화로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바람에 간간이 드러나는 섬진강 줄기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같고, 첩첩산중 운해를 뚫고 솟아난 천왕봉과 반야봉 등 지리산 연봉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구례의 오래된 사찰과 한옥에서도 완연한 가을이 묻어난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선 화엄사는 백제 성왕 떄 창건한 1,500년 세월의 고찰이다. 화엄사의 웅장함에 탄성이 절로 난다. 아마 각황전의 위용 떄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고찰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2층 건물인 각황전은 화엄사의 중심이다. 절의 대부분이 대웅전을 중심으로 가람을 배치하는 것과 다른 양식이다. 각황전은 조선 숙종 25년에 건축되었는데, 불교를 괄시하던 조선 시대에 이 정도 규모의 사찰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각황전 현판 글씨가 숙종의 친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각황전 옆으로 난 108계단을 오르면 우리나라 석탑의 최대 걸작 중 하나인 사사자삼층석탑이 나온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 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세운 탑이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구례군 토지면에는 옛 한옥들이 단아하게 들어서 있다. 조선 후기 양반 고택의 멋을 잘 간직한 운조루다. 영조 52년 무관 류이주가 지은 품 자형 배치 가옥으로 조선 시대 양반가의 절제된 미학을 느낄 수 있다. 대문 앞에서부터 둥근 연못 위 소나무 한그루가 길손을 맞이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경주 교동에 나눔을 실천하며 덕을 쌓았다는 최부자가 있었다면 전남 구례에는 운조루의 주인인 류부자가 있었다. 이 집 뒤주에 새겨진 '타인능해'라는 글귀에서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당시 집주인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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