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신달자가 가을에 즐겨 부르는 '부용산'

로비나 프리미엄 블로그 2013. 3. 28. 10:43

신달자가 가을에 즐겨 부르는 '부용산'

 

시인 신달자는 젊은 시절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김없이 '가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가을이 조금은 슬프고 문학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을은 확실히 문학적입니다. 모든 사물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력이 가을에 있으니까요."

그 가을에 신달자는 많은 음악을 듣고, 또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자동차 안에서, 집에서 혼자 가만히 한 소절 한 소절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는 바로 '부용산'이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풀르러 /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이 노래는 올해로 90세가 넘은 박기동 시인이 고향 벌교에서어린 나이에 숨진 누이동생을 그리며 지은 시에 곡을 붙여 가사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한때 금지곡이기도 했지요."

이 노래는 1947년 목포 항도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던 안성현 선생이 자신의 제자 여학생이 요절하자 상여 나가는 소리로 쓰기 위해 당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던 동료 박기동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작곡자가 월북하고, 한때 빨치산들이 즐겨 부른 노래라 해서 금지곡이 되었다.

이후 구전가요로만 남아 호남 지방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널리 전파되었다.

가사 만큼 사연까지 많은 곡이다.

이동원, 한영애, 안치환 등 대중가수는 물론 많은 성악가들이 부른 이 노래는 원래 1절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999년 소프라노 송광선의 음악회에서 처음 2절까지 불려졌다.

송광선 씨가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2절을 아쉬워했는데, 그 사연을 한 신문사가 당시 호주에 거주한 박기동 선생에게 전해 2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데없고 / 돌아오지 못한 채 나 외롱 예 서 있으니 /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신달자는 가을 음악으로 이 노래를 추천하면서도 '모든 음악은 다 좋지 않은가' 하는 전제를 붙였다.

"어느 곳에서건, 어느 장르의 노래건 음악은 항상 내 삶의 힘이 됩니다. 즐겨듣는 장르는 클래식이지만, 직접 부르는 노래는 가요가 많지요. 음악을 좋아하는 데 있어 장르나 장소는 그래서 구분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시인협회 회장직을 맡은 신달자는 강연, 회의 그리고 지방 출장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간 틈틈이 쓴 글을 묶어 늦은 가을에 에세이집 한 권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가을이면 우리는 그녀의 따스한 글을 만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