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박원웅이 가을마다 떠올리는 '추억의 음악들'

로비나 프리미엄 블로그 2013. 3. 27. 19:57

박원웅이 가을마다 떠올리는 '추억의 음악들'

 

당신이 이른바 '7080'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MBC FM의 <박원웅과 함께>를 기억할 것이다. <박원웅과 함께>는 1971년 MBC FM 개국과 함께 시작해 1987년까지 무려 5,400여 회 동안 전파를 탄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당시 DJ계의 독보적 존재였던 박원웅에게는 가을이면 입가에 맴도는 멜로디들이 있다.

"가을,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다 보면 사랑의 마음이 일고 그리움이 샘솟듯 솟아납니다. 이런 정경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은 1980년 조지 윈스턴의 <사계> 연작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발표된 'Autumn'입니다. 피아노의 선율이 마치 가을의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1980년에 발표되어 음반 100만 장 시대를 연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또한 가을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곡이다. '창밖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돌아서 눈 감으면 강물이어라, 한 줄기 바람 되어 거리에 서면, 그대는 가로등 되어 내 곁에 머무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이 노래는 작가 배명숙 씨가 당시 동아방송 라디오 드라마인 <창밖의 여자>를 집필하면서 만든 가사에 조용필이 곡을 붙여 탄생했다. 조용필 특유의 복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넘치는 열창은 우리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 2악장 안단테는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삽입곡으로 유명합니다. 1967년 작인 이 스웨덴 영화는 1889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근거로, 아내와 자녀가 있는 육군 대위와 서커스단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죠. 주위의 만류에도 소녀와의 사랑을 고집한 대위는 빈곤에 허덕이다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동반 자살합니다. 넓고 푸른 초원에서 두발의 총성이 울리고 언덕 위로 나비가 날아오를 떄 지오반니 마라디의 피아노 연주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영화 사상 가장 절묘하게 고전 음악을 사용한 본보기가 되었고, 영화는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뉴욕비평가상 골든글로브 등을 휩쓸었죠. 영화 속 주인공들의 묘역에는 지금도 꽃다발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음악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다른 영화 <졸업>의 사운드트랙으로 전설적인 듀어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Sound of Silence' 역시 가을에 제격이라고 꼽았다. '잘 있었니, 내 오랜 친구인 어둠아, 너와 다시 이야기하려고 왔어, 내가 잠든 사이에 어떤 환영이 살며시 씨를 뿌리고 갔거든….' 대화가 단절된 인간 소외와 물질 문명을 숭배하는 현대인을 비판한 이 곡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1960~1970년대 통기타 열풍을 일으킨 골든 디스크다.

박원웅이 마지막으로 추천한 노래는 킹스턴 트리오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다. 포크송의 원조 격인 비트 시거가 만든 이 곡은 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그 가운데 그는 킹스턴 트리오의 노래가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꽃은 어디로 갔을까? 꽃은 소녀가 땄지,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소년는 그이가 있는 곳으로 갔지, 그이는 어디로 갔을까, 병사는 묘지로 갔지….' "이 노래는 월남전에서 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린 건데, 이 가을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부르기에 무척 좋은 멜로디입니다."